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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엄마가 읽은 청소년 소설 리뷰 : 당신은 ‘성장하는’ 부모입니까?

by 릴루앤 (Liluen) 2025. 9. 22.

창비청소년문학상 당선작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

 
이희영 작가의 청소년 소설 『페인트』는 부모와 자식 관계를 ‘면접’이라는 낯선 설정으로 풀어내며, 사랑의 본질과 방식, 타성화된 관계에 대해 날 선 질문을 던집니다. 청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부모의 사랑은 과연 무조건적일까요? 


소설 『페인트』 줄거리 요약

이희영 작가의 청소년 소설 『페인트』는 국가 양육 시스템 속 아이들이 스스로 부모를 선택하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NC센터에서 자란 17세 청소년 제누 301은 수많은 부모 면접을 치르며, 후보자들의 가식과 진심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 인물입니다.


작품은 부모 면접 과정 속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과 사랑의 본질을 탐색합니다. 어떤 어른들은 아이를 소유물처럼 여기거나 국가 혜택만을 노리지만, 아이들은 진정한 관계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페인트』는 혈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임을 강조합니다. 사랑은 저절로 주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며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주인공 제누의 성장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  이희영 작가의 청소년 소설『페인트』를 읽고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던 엄마 독자의 솔직한 이야기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마음이 어딘가 이해받지 못한다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숭고하며, 어떤 희생도 할 수 있다”는 제 안의 믿음이, 부모와 자식 간의 필요에 의한 기능만 남은 것 같은 소설의 세계관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설 『페인트』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부모를 직접 면접해 선택한다면 어떨까?”
 
『페인트』가 전복된 세계관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정면으로 마주 보아야 할까요?


소설 『페인트』독서 토론 발제문

『페인트』 토론 발제문.pdf
0.13MB

2. 부모 면접과 ‘페인트’의 의미

부모 면접이라는 가상 세계관을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사랑의 방식을 소설 『페인트』

 
부모 면접이라는 가상 세계관을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사랑의 방식을 탐구하는 소설 『페인트』. 소설의 배경이 되는 NC센터는 부모에게서 키워지기를 원치 않는 아이들을 정부가 직접 맡아 키우는 시스템입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평생 '국가의 아이들(nation’s children)'이라는 낙인과 싸워야 합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NC센터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받는 현실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 면접을 통해 센터를 떠나는 것을 당연한 과업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관계의 대부분은 진정한 사랑으로 맺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모를 선택해 가족을 이루어야만 혜택들이 주어졌다. 물론 우리를 키우려는 사람에게도 그에 따른 여러 혜택이 생겼다. 

갓난아기는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받는 혜택만을 노리고 무분별하게 부모 면접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를 방임하고 학대하는 부모가 생겼고, 더 끔찍한 일도 일어났다. 
<페인트>, 이희영 - 밀리의 서재

 
소설은 이 불편한 진실을 주인공 제누의 말입을 통해 보여줍니다. “대부분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취하며 가족이라는 그럴싸한 가면을 뒤집어쓴 채 살아간다.
 
소설 제목인 '페인트(PAINT)'는 'parent’s interview'의 은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색을 칠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이기도 합니다. 이는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관계를 스스로 채색하고 싶다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과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진정한 관계의 주체가 되기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페인트'라는 제목은 아이들의 바람을 내포하는 동시에, 현실의 문제를 드러내는 강력한 메타포로 작용합니다.

 

3. 우리 시대 부모의 자화상: 소설 『페인트』가 드러낸 불편한 진실

 

그럼, 우리를 낳은 부모님은 사랑이 있었어?
<페인트>, 이희영 - 밀리의 서재

 
소설은 현실의 '거울'입니다. 작가는 왜 이런 가상의 세계를 만들었을까요? 이 작품이 청소년 심사단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불편한 진실은 무엇일까요? 성인의 시선이 아닌, 청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모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3-1. 부모의 결핍이 투영된 사랑의 방식

소설은 스스로의 독립은 물론 아이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대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들은 자신의 결핍과 욕망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 합니다.

 

작품 속 '하나'의 엄마처럼,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대리 만족시키려 하거나, 자녀의 독립을 '배신'으로 여기는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외국어 공부를 시키는 행위조차 순수한 사랑이 아닌,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묘사되죠.

 

하나의 엄마는 하나가 성장하여 스스로의 삶을 찾아 독립하는 것을 '배신'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소설은 '하나'의 어머니를 통해, 자녀가 독립할수록 부모가 오히려 더 큰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듯, 부모 또한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건강한 관계의 전제 조건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3-2. 아이를 '조건'에 따라 평가하는 부모

또한 소설은 아이를 조건적으로 평가하고 대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NC센터의 부모 면접에 참여하는 많은 '프리 페런트'들은 양육 수당과 같은 혜택을 얻기 위해 아이를 이용합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죠. 이러한 '기능화된' 관계 속에서는 진정한 사랑과 돌봄이 자리할 수 없습니다.

3-3.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이 된 후 무의식적으로 재현되기도 합니다. 또한 부모가 겪는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 장애와 같은 심리적 문제가 학대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결국 자녀를 독립적 인격으로 보지 못할 때, 아이는 소유물로 전락하고 학대가 발생합니다. NC센터의 센터장 박은 아동학대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욱 NC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3-4. 당신은 어떤 부모인가요?

소설 『페인트』가 그리는 우리 시대 부모의 자화상은 불편하면서도 익숙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숭고하며 무조건적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결국 부모도 처음이라 서툴고 미숙한 존재이기에 때로는 그 사랑의 방식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대리 만족의 도구로 여기거나, 조건으로 평가하고, 심지어는 학대하며, 자녀의 독립을 두려워하는 모습들은 소설 속 가상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러한 부모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묻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숭고한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아이를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조종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불안정한 내면을 아이에게 투사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자신의 경험과 결핍이 사랑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페인트』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단절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서로의 상처와 결핍을 인정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소설 속 아이들의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향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어떤 부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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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계의 재정립에 앞서, 우리가 먼저 마주해야 할 것

소설 『페인트』가 청소년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는 이유는 성인의 시각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불편한 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부모'라는 존재가 항상 완벽하고 성숙할 것이라는 환상을 깨고, 그들 역시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이라는 것을 직시하게 합니다.

세상의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잖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족한테서 가장 크게 상처를 받잖아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러울 필요 있나요.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페인트>, 이희영 - 밀리의 서재

 

부모의 이기심, 미숙함, 그리고 폭력적인 모습에 상처받은 청소년들은 소설 속에서 자신들의 감정과 현실을 투영합니다. 이는 어른의 입장에서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소설이 제공하는 가상의 세계관을 통해 이를 인정하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5. 관계의 재정립: 부모와 자식, 모두 '독립'이 필요한 존재

소설 『페인트』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삶에서 분리되어야 함을 역설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리란 물리적인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가 부모의 기대와 결핍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야 하듯, 부모 역시 자녀를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욕망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건, 그게 누구든,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독립이란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떠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의 말처럼, 어쩌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니 기쁨으로 여기는 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
<페인트>, 이희영 - 밀리의 서재

 
소설은 "엄마 역시 나로부터 독립이 필요했다는 걸 말이야"라는 하나와 제누의 대화를 통해, 건강한 부모-자식 관계는 서로를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응원하며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독립적인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부모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우리 사회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형, 나는 사랑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가족'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복작하고 어렵게 형성되는지 말이다.

타인과 가족이 되려면, 그만큼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길러야 했다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거야말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몰랐다
<페인트>, 이희영 - 밀리의 서재

 

책속의 문장들은 현상을 질문하고 반추하게 한다

 

6. 청소년 소설 『페인트』가 묻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소설의 핵심 메시지는 결국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 것'입니다. 주인공 제누는 자신이 '국가의 아이'라는 낙인 속에서 형성된 존재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이루는 요소가 외부가 아닌 내면에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부모가 누구인지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 아닐까?

내가 나를 이루는 요소라고 믿는 것들이 정작 외부에서 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나를 이룬다고 믿는 많은 것들은 어쩌면 센터라는 특별한 시스템 속에서 형성된 것인지도 몰랐다.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듯, 내가 나를 알고 친해지기까지,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하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페인트>, 이희영 - 밀리의 서재

 

이러한 물음은 NC 센터의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부모의 가치관, 사회의 시선 등 외부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소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부모가 누구인지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제누의 깨달음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페인트』는 결국, 우리가 짊어진 모든 배경과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확립하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합니다.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관계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일임을 제누의 성장을 통해 보여주는 것입니다.

 

7.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 '나'를 먼저 세우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용기

소설의 마지막은 제누 301의 용기 있는 선택에 집중합니다. NC센터 출신에 대한 차별을 없애려면 “오직 NC 출신들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제누는 부모 면접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자기 자신으로 세상에 나아가겠다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안전한 길을 택하라고 조언하는 박 센터장에게 제누는 울타리 밖 세상에서 “더 맛있는 풀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라며 주체적인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을 예고합니다.

 

이는 단순히 NC센터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겪는 '보이지 않는 계급'과 '차별' 속에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용기를 의미합니다. 소설은 이처럼 용기를 내어 '마주하고 직면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동임을 보여줍니다.

 

『페인트』는 단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 아닙니다. 이미 훌쩍 자란 우리 어른들의 마음속에도 상처받은 어린 자아가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소설은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랑과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제대로 관계 맺기를 위한 사랑의 방식과 진정한 자아 찾기에 대해 깊이 성찰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결국 이 소설은 ‘나’를 먼저 단단히 세울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선물합니다.

 

8. 이런 분께 소설 『페인트』를 추천합니다!

『페인트』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 부모와 자식, 가족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다음과 같은 분들께 특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 :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아이의 시선에 비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독자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소설을 찾는 분 : 가볍게 읽히는 문체 속에서도 어른들의 불완전함과 이기심, 그로 인한 아이들의 상처가 대비되며 우리의 타성에 젖은 가족의 문제를 낯설고 예리하게 포착해냅니다.
  •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성찰을 원하는 분 :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으로, 모두에게 깊은 여운과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 독특하고 신선한 설정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부모를 면접하는 시스템’이라는 기발하고 전복적인 발상이 다른 소설과는 차별화된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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