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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여운

넷플릭스 추천작 : '소년의 시간', 불편하지만 직면해야할 우리 사회의 이야기

소년의 시간 중 소년

 

우리가 몰랐던 아이들의 세계, 영드 '소년의 시간'을 통해 직면하는 현실의 이야기

'소년의 시간' 시놉시스 소개

소년의 시간, 주요 인물들

같은 반 친구의 살해 용의자가 된 13세 소년. 그의 가족과 심리 상담사, 형사는 모두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소년의 시간' 기본 정보

'소년의 시간' 토마토 지수

 

구분 내용
원제 청소년기(Adolescence)
한국어 제목 소년의 시간
공개 플랫폼 넷플릭스 (Netflix)
장르 심리범죄드라마
총괄프로듀서 필립 바란티니, 데데 가드너
시나리오 작가 스티븐 그레이엄, 잭 손
주연
오언 쿠퍼 (Owen Cooper, 제이미 역)
스티븐 그레이엄 (Stephen Graham, 에디 밀러 역 - 제이미 아버지)
회차 4부작
핵심 특징 전 에피소드 '원테이크(One-take)' 촬영
관람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19세 이상)

 
 

1. '소년의 시간'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줄거리 & 풀리지 않는 궁금증)

 

 

드라마는 평범해 보이는 13살 소년 '제이미'(오언 쿠퍼 분)가 동급생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이 소년이 왜, 무엇 때문에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숨 막히게 추적하고 그 사건이 제이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사회 전체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극사실주의로 그려냅니다.
 
처음에는 소년의 불안정하고 복합적인 청소년의 모습과 서서히 드러나는 사이코패스 기질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정말 제이미만의 문제일까?" 하는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범죄 수사극이 아니라, 한 소년의 범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완벽한 작품입니다.
 
 

2. 숨 막히는 몰입감의 비밀: '원테이크' 촬영의 마법

이 드라마를 볼 때 가장 독특하다고 느끼는 건 '원테이크(One-take)' 촬영 기법입니다. 실제 사건을 생중계하는 다큐멘터리처럼 끊김 없이 이어지는 서사는 경이롭기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라는 질문이 나도 모르게 나오게 될 정도인데요, 편집이 느껴지지 않는 연출로 인해 현실과 드라마라는 경계가 모호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를 극대화됩니다.
 
장면 전환으로 시선을 돌릴 틈을 주지 않고, 감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끊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됩니다. 마치 우리가 제이미의 세계에 강제로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이는 '도망칠 수 없는 현실' 직시하게 만드는 연출가의 의도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3. '소년의 시간'으로 보게 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

과녕 제이미 한 개인의 문제일까

 
이 드라마는 유약해 보이기까지 했던 13세 소년의 범죄 뒤에 숨겨진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이는 비단 영국의 문제만이 아닌, 요즘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현실이라 충격적이고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 거리의 칼부림 범죄와 청소년 폭력: 드라마의 현실 배경을 살펴보면, 최근 10년 동안 영국 십 대의 칼이나 날카로운 물건에 의한 사망률이 240% 증가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범죄율 증가한 것을 넘어, 청소년들이 폭력에 노출되고 가해자가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 사이버 괴롭힘과 소셜 미디어의 악영향: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교류의 장이 되지만, 동시에 악성 댓글, 조롱 이모티콘, 다크웹과 딥페이크 같은 어둡고 유해한 콘텐츠가 만연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온라인 환경이 아이들의 정신과 행동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 '매노스피어'의 그림자: 이 드라마는 특히 오늘날 영국 소년들이 겪는 헤아릴 수 없는 압박과 그 속에서 싹트는 유해한 남성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매노스피어(manosphere)'는 "빨간 약", "진실 그룹", "여성 80%가 남성 20%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80-20 규칙 등이 가득 찬 온라인 세계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조롱 이모티콘부터 다크웹과 딥페이크까지 이 세계는 청소년기의 연약한 자아가 특권 의식으로 만드는 매체의 문제점을 보여줘 일상화된 온라인 사용에 대해 섬뜩함을 자아냅니다.
  • 어른과 아이들의 단절, 그리고 부모의 무지: 우리는 아이들에게 길을 건너는 법, 낯선 사람과 대화하지 않는 법은 당연하게 가르칩니다. 하지만 정작 인터넷 사용 방법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일상 삶에 대해 가진 지식과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하는 행동 사이에는 종종 극명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소년의 시간'이 보여주듯, 어른들에게 온라인 세상, 특히 다크웹과 딥페이크 같은 영역은 그야말로 '낯선 나라'입니다. 드라마 속 인물이 지적하듯이, 부모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헤매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 모릅니다.
  • 학교라는 공간의 변화: 저는 특히 학교라는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하고 순수한 배움의 터가 아닌, 어른의 시선으로는 미처 파악하기 힘든 미묘한 불안과 공포가 드리워진 곳으로 그려지는 점이 마음 아팠습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필사적으로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일이 너무 버거웠습니다.

 

4. '소년의 시간'이란 소재와 주제,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감독은 왜 13세 소년의 살인 사건을 이토록 사실적이고 집요하게 파고들었을까요? 저는 감독이 '소년의 범죄'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들을 직시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는 '소년 범죄' 그 자체라기보다 살인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온라인 문화의 어두운 이면과 방기, 소통의 단절과 그것이 빚어내는 오해와 그로 인한 비극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같았습니다.
 
특히나 가장 순수해야 할 '소년'이라는 존재를 소재로 삼아, 그들의 세계가 얼마나 폭력과 왜곡된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고발하며 어른들에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즉, '소년의 시간'은 단순한 범죄 드라마를 넘어,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이자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감독의 언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5. 명품 드라마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잊을 수 없는 연기, 그리고 빛나는 배우들

3화 심리상담 장면

 
'소년의 시간'은 독특한 연출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로 압도적입니다. 특히 주인공 제이미 역의 오언 쿠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섬뜩한 소년의 모습을 궁극으로 소화해 내며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심리상담사로 나온 에린 도허티의 섬세하게 흔들리는 심리 연기는 긴장감으로 밀도 높은 장면을 꽉 채워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제이미의 아버지 에디 역을 맡은 스티븐 그레이엄 역시 아들이 살인범이라는 충격적인 현실 앞에서 무너져가는 가장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내 제 마음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원테이크라는 어려운 촬영 조건 속에서도 배우들이 보여주는 극한의 연기는 드라마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요소입니다.


 
'소년의 시간'은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요구합니다. 문제의 근원을 외면하고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문제임을 역설합니다. 저는 특히 마지막 회차에서 아버지가 자식의 끔찍한 범죄를 받아들이며 모든 것을 끌어안는 듯한 무겁고 뜨거운 오열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그 절절함이 심장을 파헤치는 듯했거든요. 이 작품을 본 후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감정들은,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경고'이자 '숙제'로 다가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드라마나 영화 등의 서사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찾는 분
  •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는 분
  • 인간 심리와 사회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분
  • 보고 나서 긴 여운을 곱씹고 싶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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