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폭력의 시대 속에서 인간다운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그리고 한 아이의 순수한 인간성이 그 부조리를 어떻게 비추는지 보여주는
슬프고 아픈 인류사적 고발의 영화입니다.
주말 저녁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고르면서 한편을 보더라도 의미 있는 영화를 보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른 영화가 바로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처음 이 영화가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에 관한 영화라는 걸 알았을 때 문득, 아주 오래전에 본 '킬링필드'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당시에는 꽤 충격적인 내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영화였죠, 그로 인해 각인된 킬링필드는 인류 역사의 가장 잔혹했던 정권이자 비인간적인 극악무도의 상징으로 각인된 상태였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크메르 루즈의 잔혹한 역사를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같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킬링필드'와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이 영화의 감독이 안젤리나 졸리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영화배우이자 감독이 안젤리나 졸리는 인권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정치적 논쟁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가장 순수한 아이의 눈을 통해 그녀의 세계가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보이는 극사실주의 서사 기법을 택합니다. 바로 5살 소녀 로웅의 시선과 살아냄의 과정으로 말입니다.
사실 너무 마음이 아파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면이 결국 지구상의 많은 부조리에 결국 나쁘게 관여한다는 생각이 미쳐 마음을 졸이며 끝까지 보았습니다.
1. 영화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기본 정보
| 항목 | 정보 |
| 제목 (원제) |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 First They Killed My Father |
| 개봉 연도 / 제작 연도 | 2017 |
| 감독 | 안젤리나 졸리 |
| 장르 | 드라마 / 역사 / 실화 바탕 |
| 러닝타임 | 약 2시간 16분 |
| 관람 등급 | 15세 이상 |
| 주요 출연진 | 사럼 스러이 목, 포엉 콤피억, 스벵 소체아타 등 |
| 스트리밍 플랫폼 | 넷플릭스 |
| 수상 / 노미네이션 | Golden Globe Awards 후보 / Asian World Film Festival (배우 Sreymoch Sareum) |

2. 안젤리나 졸리 감독이 택한 서사의 특이점

평범한 5살 소녀 로웅의 순수한 시선은 극악의 정권이 낳은 아이러니와 극도의 고통을 여과 없이 담아내며, 관객에게 크메르 루즈 정권의 악랄함을 더욱더 참혹하게 경험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가족의 사랑 속에서 평범하게 자라던 로웅이라는 아이의 '순수한 인간성'이 '최악의 부조리'를 겪으며 그들의 응시할 때, 일어나는 감각과 감정의 체화를 중심으로 영화의 서사를 직조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킬링필드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의 결정적인 차별점이며, 안젤리나 졸리 감독의 주제 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첫째, 감정의 순수한 기록 (정치적 수사 없는 진실 증언)
로웅의 눈은 거짓이나 정치적 수사로 오염되지 않은 필터 역할을 합니다. 5살 소녀에게 '이념의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가족이 해체되는 슬픔'과 '고통'이라는 근원적인 감정만 존재할 뿐입니다. 로웅은 아버지를 끌고 간 이유를 모릅니다. 복잡한 '정치적 헤게모니'를 알 턱이 없습니다. 아이가 아는 건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간 이해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소녀가 이전에 알았던 세계는 붕괴되고 감당할 수 없는 원초적 고통에 고스란히 노출된 시간입니다.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아이의 표정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절망적인 눈빛이 가득합니다.
둘째, 부조리한 세계를 극대화한 서사 방식
로웅의 이전 시간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순수한 인간성이 자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녀의 세계는 어쩌면 단순하고 질서 정연하며 사랑과 배려가 기본원리인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크메르 루즈가 만들어가는 세계는 상상을 불허하는 세계였습니다. 최악의 정권이 만든 그 세계는 논리성이 파괴되고 무지의 집단 광기와 폭력이 작동하는 곳이었습니다. 소녀의 눈은 바로 이 아이러니의 세계를 담아냅니다. 그녀 안에 자리한 때 묻지 않은 인간성은 이 모든 장면을 깊은 슬픔과 고통으로 받아들입니다. 로웅은 이 모든 광경에 침묵합니다. 그녀는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비인간적인 세상을 겪어내고 바라보고 기억할 뿐입니다. 이 침묵은 무언가 이상하고 누구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세상을 감각하는, 가장 순수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아이 방식의 저항입니다. (죽은 언니가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말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3. 소녀의 눈물이 말하는 ‘윤리적 저항’

로웅은 인간의 가장 추악한 역사를 극한으로 경험하면서도, 여전히 고결한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대단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폭력의 세계에 노출될 때마다 느끼는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 장면들로 섬세하게 연출됩니다.
첫째, 가장 잔혹한 깨달음과 두려움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혼란'
로웅은 어리지만 크메르 루즈 군의 군사 훈련을 받습니다. 총을 쏘고 창으로 찌르는 훈련을 하고, 그 여린 손으로 무수히 많은 지뢰를 설치합니다. 그러다 폭격에 대피를 하는 과정에서 로웅은 자신이 설치한 지뢰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로웅은 자각합니다. 그것이 자신이 설치한 지뢰라는 것을요. 그리고 무언가를 느낍니다. "자신이 설치한 지뢰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다만, 아이가 느끼는 복합한 심리가 담긴 그 표정이 전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혼란'이야말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에 선 순수한 인간성이 발현되는 인간적인 아픔이자 고통이고, 인간성이 발현된 윤리적 저항이지 않을까요.
둘째, 소리 없는 눈물이 보여준 '광기에 대한 저항'
로웅은 어렵게 헤어졌던 오빠와 언니를 만나 난민 수용소에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때 한 크메르 루즈 병사가 생포되어 옵니다. 난민 수용소 사람들은 자신이 받았던 상처와 폭력에 대한 복수심을 그에게 폭발시킵니다. 이를 지켜보던 로웅은 놀랍게도 이 사람들에게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 광기와 닮은 모습을 발견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감각합니다. 복수로서의 폭력이 결국 반복되는 비극의 순환이라는 인류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것을요. 아이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립니다. 이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닙니다. 이 눈물은 광기의 보편성을 깨달은 로웅의 가장 순수하고 깊은 비판입니다. 그리고 최악의 부조리 속에서도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는 순수한 아이의 가장 강력한 저항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4. 결론: 불편함이 싫어 외면했던 비극 그러나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

오래전에 캄보디아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관광이 목적이었고 그래서인지 굳이 프놈펜에 있던 킬링필드 박물관을 방문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 지옥 같은 현장을 방문해 상처받고 싶지 않았고 기분이 처지는 것도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방문하는 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어쩌면 시간이 어중간해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박물관에서 본 광경은 제게 타국의 비극은 안전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하나의 관념'일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의 사진 속에서 시간에 따라 절망으로 변해가는 눈빛을 보며 느껴졌던 아픔은 잊히지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 일이 꼭 그러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마음. 불편하고 재미라는 기저보다는 그 벌어진 상처를 직면해야 하는 고통 스런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가 남기는 것은 꽤 많았습니다.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봐야 하는 인류 역사라는 것,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성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자각, 순수한 인간성이 추구하는 것을 통해 부조리에 저항하는 용기가 무엇인지 알려 준 것 같습니다.
그저 한 아이였던 로웅의 순수한 감성이 바라본 부조리와 슬픔은 우리가 이제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요. 만들지 않기 위해서 외면하기보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겠고요. 그러다 보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조금은 더 사유하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킬링필드’, ‘쉰들러 리스트’처럼 역사 속 비극을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분
-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나 안젤리나 졸리 감독 작품을 찾고 계신 분
- 인간의 도덕성과 윤리, 폭력과 인간성의 관계를 깊이 사유해보고 싶은 분
- 역사·인권·전쟁 영화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느끼고 싶은 분
- 감정적으로 무겁지만 의미 있는 영화를 보고 싶은 주말 관객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관계에 관한 기묘하고 섬세한 미시적 포착(소설 추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관계에 관한 기묘하고 섬세한 미시적 포착(소설 추천)
앤드루 포터 단편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삶과 감정의 파동을 읽다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인간 내면과 그 내면을 지닌 이들이 만들어내는 관계, 그 안에서 미묘하게 움직이는 욕망과 감정
innerpeace.tistory.com
[넷플릭스 추천작] '소년의 시간', 우리가 몰랐던 10대들의 잔혹동화
[넷플릭스 추천작] '소년의 시간', 우리가 몰랐던 10대들의 잔혹동화
우리가 몰랐던 아이들의 세계, 영드 '소년의 시간'을 통해 알게 된 지배 문화의 위험성'소년의 시간' 시놉시스 소개같은 반 친구의 살해 용의자가 된 13세 소년. 그의 가족과 심리 상담사, 형사는
innerpeace.tistory.com
[넷플릭스 추천작] <페르시아어 수업> 해석 : 악의 평범성 그리고 기억의 무게
[넷플릭스 추천작] <페르시아어 수업> 해석 : 악의 평범성 그리고 기억의 무게
목 차1. 기본 정보2. 줄거리 요약3. 영화 해석과 리뷰 3-1. 혐오를 덧입은 '악의 평범성' 3-2. 우리는 왜 이름 없는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할까? 3-3. 영화 이 우리에게 남긴 것4. 왜 코흐 대위는 끝내 방
innerpeace.tistory.com
[넷플릭스 추천작] ‘뉴스 오브 더 월드’ 영화 해석_이야기(story)의 힘과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
[넷플릭스 추천작] ‘뉴스 오브 더 월드’ 영화 해석_이야기(story)의 힘과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왜 이 영화를 봐야 하는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넷플릭스에서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추천합니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
innerpeace.tistory.com
'장면의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넷플릭스 추천작] 킬리언 머피 주연, 영화 '스티브(Steve)' : 불완전 어른과 복잡한 아이들의 '연약하나 확실한 구원' (2) | 2025.10.09 |
|---|---|
| [넷플릭스 추천작] <페르시아어 수업> 해석 : 악의 평범성 그리고 기억의 무게 (4) | 2025.08.23 |
| [넷플릭스 추천작] ‘뉴스 오브 더 월드’ 영화 해석_이야기(story)의 힘과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 (3) | 2025.08.09 |
| [넷플릭스 추천작] '소년의 시간', 우리가 몰랐던 10대들의 잔혹동화 (10) | 2025.08.02 |
| 쿠팡플레이 추천작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 반전 스릴러의 얼굴로, 가장 인간적인 드라마를 쓰다, 케이트 윈슬렛 인생 연기 (7) | 2025.07.23 |